윤종채(남도일보 디지털뉴스본부장)

 

윤종채 남도일보 디지털뉴스본부장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정당이긴 하나 호남에 뿌리를 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이 녹아 있는 정당이다. 이처럼 호남이 절대적 지지 기반인 민주당에서 전라도 출신 정치인이 핍박 받는 것은 아이러니한 정치 현상이다.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나설 민주당 지역구 후보자 공천에서 수도권의 전남 출신 기동민(장성)·박광온(해남)·임종석(장흥) 예비후보와 전북 출신 박용진(장수)·윤영찬(전주)·이수진(완주)·홍영표(고창) 예비후보가 ‘비명횡사’했다. 괜히 거목을 키워 긁어 부스럼 만들기보다 ‘온실 속 화초’만 가꾸는 게 안전하다고 여겼던 것인지, 아니면 영남 출신 이재명 당 대표가 전횡을 해서 인지 될성부른 호남 떡잎은 싹부터 자르는 공천 장난이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호남 출신이 당을 이끌고, 전라도 출신의 정치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는 ‘전라도 인물 키우기’ 여론이 일고 있다.

국회에서는 ‘선수(選數)가 벼슬’이란 말이 있다. 초선·재선·다선 의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광주·전남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이개호 의원을 제외한 17명이 초·재선이다. 꼬리나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의원은 있어도, 머리 역할을 할 만한 힘 있는 의원은 거의 없다. 소위 호남 정치권의 리더나 보스가 없다는 것이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떨어지다 보니 지역을 대변하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고 정치권에서 조차 ‘호남 변방론’이 나온다. 현재 지역에는 광주공항 이전과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 등 수년 째 해결 못한 현안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중앙에서 크게 팔소매 걷고 나서서 해결할만한 거물이 안 보인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도 해결하지 못했으니 집권당이 바뀐 지금이야 오직하겠는가. 국가 정책결정의 심장부에 호남의 목소리를 전달하거나 대변할 통로가 막힌 것이다. 꾸준히 ‘호남 중진 역할론’이 필요하다고 나오는 이유다.

다선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크다. 권력 경쟁에서 다분히 ‘위협적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영남은 재선과 다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호남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만큼 영남의 정치적 위상이 높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치적 목소리 크기 역시 차이가 난다.

나무는 햇볕과 물과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그렇듯 정치인은 출신 지역의 강한 지지를 먹고 자란다. DJ는 호남의 강력한, 똘똘뭉친 지지를 배경으로 성장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자신의 출중함도 있었으나 호남의 전폭적 지지가 밑받침됐다. DJ가 떠난 호남은 이제 새로운 큰 정치 인물을 기대하고 있다. ‘제2의 DJ’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영남 출신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됐으나 내용상으로는 ‘데릴사위적 정치인’이었다. 호남인들은 그로부터 받은 상처가 깊었다. 호남 정치의 교훈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호남은 DJ 이후의 큰 인물 공백에 대한 한탄에서 벗어나 정치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

새삼, 총선을 앞두고 지역감정을 이용하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정당한 의미의 호남인의 마음, ‘약무호남 시무국가’의 정신을 대변할만한 착한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힘을 만들어야 한다. 그 힘이 없어서 설움 받고 분통을 터뜨린 적인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한다. 10년을 위해서는 나무를 심고, 100년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키워야한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게 들린다.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교육, 과학, 문화·예술, 체육 등 각계각층의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고 북돋아주고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일은 우리 지역민 모두가 함께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일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특히 지역의 리더들이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만 좀 더 쉽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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