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사상 첫 국민경선 흥행 ‘들썩’

궂은 날씨에도 광주지역 투표장 북적

‘선거인단 모집없는 현장투표’ 성공 평가

전산 오류·개표 지연· 逆선택 등 과제도

광주·전남·제주지역에서 지난 25일 치러진 국민의당 첫 순회경선에 6만명이 넘는 투표자가 몰리면서 ‘깜짝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선거인단 사전 모집 없는 현장투표’라는 국내 정당 사상 첫 실험적 모델이 전산 오류 등 일부 허점을 드러내긴 했지만 “손쉬운 선거”, “간편한 주권 행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참여형 실험’으로 승화됐다는 평가다.

◇비도 막지 못한 ‘투표 행렬’

이날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에는 삼삼오오 몰려든 투표 참여자들로 북적였다.

비가 내리는 악천후까지 겹쳤지만 투표 개시를 10여 분 앞두고는 DJ센터에만 3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대기 줄만 100m에 달했다.

DJ센터 주차장은 몰려드는 차량들로 이미 북새통을 이뤘고, 인근 도로에서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동구청 지하 1층 민방위 훈련장, 남구 장애인종합복지관, 북구청 대회의실 3층 등도 썰렁하면 어쩌나 했던 당직자들의 속 타는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투표가 시작되자 20대 연인, 아이를 데리고 나와 투표과정을 알려주는 신혼부부, 한 손에 지팡이를 짚은 구부정한 노인까지 지지 후보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주최 측은 당초 광주·전남·제주 30개 투표소를 통틀어 2만명 안팎을 예상했고 3만 명이면 ‘흥행 성공’이라고 예상했으나, 끝내 무려 6만명을 넘겼다.

◇국민의당 호남경선 흥행성공 이유는?

이처럼 국민의당 호남 경선의 흥행은 ‘사전 선거인단 없는 현장투표’가 주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의당 적극 지지층과 ‘샤이층’이 고개를 들었다는 분석과 호남 반문세력의 결집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지만, 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투표를 할 수 있는 ‘낮은 문턱’이 상당수를 끌어 들였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번 투표는 선거인 신청서에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 제출한 뒤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고 투입하기까지 1~2분에 끝난다. 특히 절차가 간단하다보니 이날 DJ센터에는 인근 웨딩홀과 행사장에 들렀다가 잠깐 들러 투표를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회사원 박준영(35)씨는 “인근 웨딩홀에 왔다가 국민의당 경선이 있고 TV에서만 보던 유명 정치인들이 온다는 얘길 듣고 투표소로 왔다”며 “투표 과정이 어렵지 않아 쉽게 투표를 끝냈다”고 말했다.

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1인 1투표가 가능한 허술한 신원확인 절차 때문에 대리투표, 투표소를 옮기다니며 투표하는 메꾸기식 중복투표, 특히 ‘버스떼기’,‘봉고떼기’와 같은 동원투표가 모두 근심거리였다.

치과의사 양모(30·여)씨는 “신분증만 들고 왔는데, 2분도 안 돼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찍고, 이런 게 진짜 ‘생활 정치’ 아닌가 싶다”며 “더 좋은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미래 세대를 대변할 후보 뽑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초유의 정치적 실험 ‘연착륙’ 과제도

그러나 국민의당 초유의 정치적 실험의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이날 투표장 10여 곳에서 메인 전산서버 오류로 투표 개시가 20여 분간 지연되면서 항의소동이 일어나는 등 차질을 빚었다. 또 투표장 인근에선 노인층을 중심으로 10명 안팎으로 모여있다가 인솔자(?)를 따라 한꺼번에 투표장으로 이동하는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황도 목격됐다.

개표 작업이 계수기 고장으로 일부 투표소에서 지연된 점, 투표수를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자율 선거인단 규모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설 경우 투표 지·정체가 빚어질 수 있는 점도 문제다.

특히 다른 정당 소속 당원이나 같은 당 소속 다른 후보 진영에서 조직적으로 ‘역(逆)선택’을 할 경우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전산 오류 등은 예방주사를 맞았고, 대리·중복·동원 선거는 법적 처벌규정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저의를 지닌, ‘악마 투표’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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