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地名) 비틀어 역사성 훼손하는 광주시

광주광역시와 대구광역시를 비롯 광주~대구 간 내륙철도를 경유하는 9개 지방자치단체가 19일 대구광역시에서 실무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협의회는 대구~광주 고속화 철도건설을 위한 지자체간의 협력과 중앙정부에 대한 공조방안 모색 등을 위해 마련됐다. 광주시와 대구시는 지난 7월 ‘달빛내륙철도건설 추진협의회’를 출범시키고 공동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달빛내륙철도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어감 상 ‘달빛철도’는 매우 감성적이고 서정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정감이 좋다고 해서 한글을 비틀어 전혀 엉뚱한 뜻으로 사용하는 것이 용납될 수는 없다. ‘달빛철도’라는 작명(作名)에는 ‘결과가 좋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좋다는 식’의 원칙과 상식의 파괴가 자리하고 있다.

‘달빛’은 대구(大邱)의 옛 지명인 ‘달구벌’(達句伐)과 광주(光州)의 순우리말 ‘빛고을’에서 첫 글자를 따와 만든 것이다. 달구벌은 ‘넓은 평지’, 빛고을은 ‘빛 동네’다. 뜻대로라면 달빛은 ‘넓은 평지+빛동네’다. 그런데 난데없이 달빛(月光)으로 둔갑해 버렸다. 잘 모르는 이들은 달구벌의 첫 자 ‘달’을 ‘넓다는 뜻의 달’이 아닌 ‘밤하늘을 비추는 달’로 착각하기 쉽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전북도와 함께 ‘전라도 정도 1천년’ 기념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2018년이 전라도라는 이름이 생긴 1천년이 되는 해이기에 3개 시·도는 전라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널리 알려 전라도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미래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기념사업의 핵심은 ‘옛것을 제대로 알아 보전하고 계승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광주시가 음(音)이 같다고 해서 제 뜻을 왜곡해 88고속도로의 이름을 달빛고속도로로 바꾸려 하고 내륙철도 이름역시 달빛철도라 작명한 것은 참으로 분별없는 일이다. 역사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작명이다. 따지고 보면 광주(光州)라는 한자(漢字)지명을 단순하게 한글로 바꿔 ‘빛고을’로 부르는 것도 광주의 본디 지리적 특성과 역사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백제 때 광주 이름은 ‘무진’(武珍)이었다. ‘무진’은 ‘물들’이나 ‘무돌’을 의미한다. 노지(奴只:습지)라고도 했다. 무진은 영산강과 여러 지천의 물길이 넘나들어 습지가 많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무주가 광주로 바뀐 것은 고려 태조 23년(940)이다. 광주라는 지명에는 백제의 역사가 실종돼 있다. 우리 스스로 광주의 역사성을 왜곡, 단순화시키는 어리석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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