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핵심, 현대차 투자 유치 좌초 ‘위기’

이용섭 시장 “물거품 우려…노동계 동참 호소” 불구

한국노총, 광주시와 급여 수준 시각차 커 불참 선언

현대차도 “노동계 참여 없이는 투자 어렵다” 통보

市 “노동계 불참 유감…끝까지 대타협 이뤄내겠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힌 현대자동차의 실무진들이 지난 6월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부지 개발업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로부터 산단개발 현황과 완성차 공장 부지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힌 현대자동차의 실무진들이 지난 6월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 현장 사무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로부터 산단개발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힌 현대자동차의 실무진들이 지난 6월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부지 개발업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에게 산단개발 현황 등을 질문하고 있다.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한 현대차 투자유치를 통한 광주일자리 사업은 결국 노동계의 불참으로 좌초위기에 처했다.

현대차 투자 유치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를 배제하고 협상 과정을 공개하지 않은 탓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광주형 일자리 핵심 의제에 대해서도 의견차가 커 조율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도 노동계가 참여하지 않으면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무산 위기에 몰렸으나 광주시는 입장을 조율중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 투자유치 내용

광주시와 현대차는 빛그린국가산단 내 62만8천㎡ 부지에 자기자본 2천800억원, 차입금 4천200억원 등 7천억원을 투입해 1000cc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대 양산하는 것을 골자로 투자협약을 맺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시가 자기자본금의 21%인 590억원을, 현대차가 530억원(19%)을 각각 투자한다. 나머지는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시는 신설법인이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을 막고자 직접 투자 대신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자본금을 우회 투자한다.

부지와 공장설비를 합쳐 고정자산은 5천억원 이상,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천여 명, 간접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천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임금은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평균 임금(9천213만원)의 절반에 못미치는 연봉 4천만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선 7기 핵심사업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를 기반으로 한 완성차 공장에 대한 현대차의 실질투자 실현을 민선 7기 초반 시정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이용섭 시장도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 등을 전제로 8월 중에는 어떻게든 매듭 짓겠다”는 소위 ‘찬바람 불기 전’ 입장을 수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 주류 인사들의 구원 등판에도 불구, 투자협약은 현대차가 투자 의향을 밝힌 지 4개월이 지나도록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물량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노조 측 반발과 자동차 시장 침체, 미국발 관세 폭탄, 광주시의 ‘늑장 연구용역’까지 불거지면서 협약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여기에 콘트롤타워격인 광주시 일자리위원회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이 불참해 ‘반쪽 출범’한 상태이며 투자비 분담과 임금 수준 등을 두고도 시와 노동계, 사측의 입장차가 커 대타협은 말처럼 쉽지 않다.

도시철도 2호선 관련 현지시찰 차 유럽방문길에 오르기 전 이 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취임 후 80일이 다 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해 안타깝다”며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노동계의 협조와 참여를 호소했다.

이 시장은 “노동계가 우리의 아들 딸들과 광주의 미래를 위해 결단하고 함께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결자해지의 책임감과 시대적 소명의식으로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시장이 ‘현대차 투자 무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그동안 노동계의 반발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은 “전임 시장 때 노사민정 대타협을 기반으로 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현대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며 “하지만 이후 광주시가 노동계와 긴밀하게 소통하지 않고 현대차와 협상을 서두르면서 결국 신뢰가 깨졌고, 노동계의 불참과 준비 부족으로 투자협약서 체결이 무산됐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어 “민선 7기가 들어섰지만 노동계의 광주시에 대한 신뢰는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차 또한 노동계의 참여 없이는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지역 노동계가 요청했던 투자협상 과정에 노동계 참여 보장과 노사민정이 합의한 4대 원칙 준수 등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도 지역에서 노사민정이 함께 하지 못하고 더 지체되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동계 결국 불참선언

하지만 광주시의 절박한 호소에도 한국노총이 광주형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노총도 광주형일자리 사업 불참을 선언했던 만큼 현대차 투자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계획은 노동계 불참으로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지난 19일 광주형일자리 사업에 대해 “광주시민을 모든 비정규직보다 못한 일터로 몰아넣고 최저임금에 허덕이게 하려는 광주시의 투자협상과 관련된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날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형일자리를 왜곡하고 변절시킨 광주시의 투자협상을 규탄하며 이 자리에 섰다”면서 “현대차 투자협상은 지역민을 위한 것이 아니며 양극화 해소를 바로잡자는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광주시가 사회적 대화를 내팽개치고 밀실협상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현대차에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것처럼 최악의 조건을 붙잡고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의 임금을 놓고 노동계와 광주시의 시각차가 컸던 것도 한국노총의 불참 배경이 됐다.

한국노총은 “생산직 초임 4천만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봤지만, 민선 6기 광주시는 3천만원을 주장했다가 지금은 아예 언급조차 없다”며 “광주시 생활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또 “노조를 인정하느냐는 문의에 광주시는 단 한 번도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광주형 일자리는 양질의 직장을 많이 만들어 지역의 청년들이 외지로 떠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며 “그러려면 노사의 참여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윤종해 의장은 “광주시의 투자유치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되 노동운동과 현장에서 참여와 책임으로 더 나은 광주공동체를 만드는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 유감

한국노총 기자회견과 관련, 광주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은 “현대차 합작법인 설립은 광주형 일자리의 최초 모델 사업으로 노동계 참여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 더 많은 대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반영한 국정과제로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및 노사민정 대타협의 정신을 바탕으로 추진 중인 사항”이라며 “국정 철학과 배치된다는 의견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부시장은 “시는 민선 7기 출범 이후 노동계와 십여차례 이상 만나 노동계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어 노동계를 배제한 비밀협상이라는 표현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노동계 참여 방안에 대해 광주시는 공문을 통해 이미 수용의사를 밝혔고 다만 그 방법에 대해 현대차와 협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연봉이 2천100만원 수준이라는 한국노총의 주장에 대해서는 “광주형 일자리의 임금 수준은 평균 초임연봉 3천~4천만원 수준을 근간으로 추진해 왔으며, 구체적인 임금은 신설법인이 경영수지 분석 등 전문연구 용역을 통해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광주형 일자리는 반값 임금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입장 표명

한국노총의 이날 입장 표명으로 무산위기에 놓인 광주형일자리에 대해 현대차도 노동계 참여 없이는 사업 추진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투자자의 일원으로 광주지역 노사민정 합의를 전제로 투자를 검토한 것이다”며 “노사민정 합의가 안 되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yski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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