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환경이 우수한 곳에 사람·기업이 몰려온다

김종일/광주전남연구원 사회환경연구실장
 

김종일 광주전남연구원 사회환경연구실장

지난달 6일 광주·전남공동(빛가람) 혁신도시 인구가 3만명을 돌파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2013년 혁신도시에 우정사업정보센터가 공공기관으로 최초 이전한 지 5년 5개월 만의 일이다. 혁신도시 인구 증가에 힘입어 나주시 인구도 11만 3천명에 근접했다. 나주시는 다른 지방 중소도시와 마찬가지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13년에 8만9천262명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아마도 혁신도시가 없었다면 나주시의 인구감소 추세는 지금까지 계속되었을 것이다.

작금 지방 중소도시들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돼 지역의 활력을 상실한 상태다. 현실이 이러하니 인구가 늘어나는 나주시가 부러움의 대상이고, 거의 모든 자치단체들이 인구 늘리기에 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혁신도시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의 정주환경은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다. 필자가 혁신도시에서 거주한지 2년 3개월이 지났다. 당시와 비교하면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도 자족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종합병원, 대형 유통시설, 문화·스포츠센터 등이 없어 인근 도시로 나가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단신 이주한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주말에 수도권에서 쇼핑을 해 온다고 한다.

광주와 나주를 연결하는 시내버스 노선이 늘어나고 배차시간이 단축되기는 했으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한다. 초·중·고교의 교육 여건에 대한 불만도 많고, 육아 및 보육시설도 부족하다.

혁신도시에 인접한 대규모 축산단지가 폐업한 이후 악취가 크게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간혹 들이닥치는 악취에 불쾌감을 감출 수 없다. SRF 열병합발전소는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데 가장 위협적인 요소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대기오염이나 인체 위해요인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심리적인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빛가람 혁신도시 공공기관 임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2018년 6월 기준)은 38.9%로 대도시에 바로 접해 있는 전북 혁신도시의 48.9%, 제주 혁신도시의 48%, 부산 혁신도시의 47.7%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인다. 정주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동반 이주를 망설이게 하는 근본 원인으로 해석된다. 인구가 크게 늘지 않으면 교육, 의료, 쇼핑시설이 들어올 수 없게 되고, 사람과 기업들은 정주 여건이 불편해 입주를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혁신도시의 성패는 정주환경 개선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많은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난달 중앙정부는 2022년까지 혁신도시 입주기업 1천개, 고용인원 2만명 달성을 목표로 한 ‘혁신도시 기업 입주 및 창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혁신도시 발전계획의 이행에 필요한 국비 지원을 최소화하고 지방비나 민간투자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혁신도시 시즌 2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임을 명심하고, 교통 접근성 개선, 교육·문화·스포츠·여가시설 조성 등에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가 정주여건과 투자환경을 조성해 주면 기업들은 앞다퉈 혁신도시로 몰려들 것이다. 육아·보육·교육 여건의 개선, 대중교통 접근성 제고, 악취 저감 등의 문제는 광주시와 전남도, 그리고 나주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 자치단체의 경계가 달라서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들의 해법 모색에도 머리를 맞대라.

혁신도시 주민들에게 더 이상 지역 여건을 이해하고 기다려달라고만 이야기하지 말라.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최적의 주거 및 근무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고 지방에 가서 근무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아니라도, 최소한 수도권에 버금가는 정주환경을 조성해 놓고 사람과 기업을 유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끝으로 살기 좋은 정주환경을 만드는데 공공기관, 주민, 상인들도 함께 나서야 한다. 불법 주차, 쓰레기 투기, 무분별한 광고물 부착 등은 혁신도시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는데 빛가람동 주민자치회, 빛가람혁신도시발전협의회 등이 앞장서야 한다. 빛가람 혁신도시가 작은 일부터 주민 스스로 실천하고 도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델도시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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